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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7월 29일 - 철기 생산 못하는 군사강국, 야마토? 등록일 2017.09.27 20:20
글쓴이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조회 2012
-1세기부터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한겨레 21』 편집장 길윤형이 훌륭한 역사학자로 칭송하는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의 일본 와세다대 유학시절 지도교수는 미즈노 유(水野祐)이다.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및 ‘임나일본부설’에 맞서서 평생 민족 주체의 역사관을 확립하는데 학문인생을 바치셨던 고 최재석 고려대 교수께서는 미즈노 유와 김현구 씨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김현구의)지도교수 가운데 한 사람인 미즈노는 실존 인물도 아닌 일본의 진구황후(神功皇后)가 한국(삼한)을 점령하였으며 서기 1세기부터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동화 같은 역사왜곡을 한 인물이다. 이렇게 볼 때 김현구 씨의 학위논문은 지도교수인 미즈노의 지시에 의하여 미즈노의 왜곡된 역사관을 옮긴 데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최재석, 『역경의 행운』, 만권당, 248)”

-고구려·백제·신라가 군사원조 간청?

김현구 씨나 일본 극우파 역사학자들에게는 전제가 있다. 고대 일본은 원래부터 군사강국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논리의 전제조건이다. 김현구 씨는 이렇게 썼다.
“당시 한반도에서는 백제, 고구려, 신라 3국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3국은 서로 야마또정권을 자기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김현구,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140쪽)”
김현구 씨는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백제는 일본의 기원인가』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가 서로 자국 주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전개하고 있었다.”라고 썼다. 이전투구란 개들이 진흙탕에서 뒹굴며 싸운다는 뜻이다. 고구려·백제·신라가 야마토왜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물론 『일본서기』뿐이다. 『일본서기』에는 고구려·백제·신라가 동시에 야마토왜에 사신을 보내 조공했다는 말 같지도 않은 기사가 여섯 차례나 나온다. 고구려·백제·신라가 군사강국인 야마토왜의 군사원조를 얻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는 것이고, 꽃놀이패를 쥔 야마토왜는 누구를 간택할까 즐겼다는 것이다. 백제에서 왕녀를 보내 일왕(김현구 씨는 반드시 천황이라고 쓴다)을 섬기게 했는데, 바람을 피웠다고 불태워 죽이자 백제는 실례했다면서 격을 높여 왕자를 보내 일왕을 섬기게 했다고 김현구는 주장한다. 그래서 일왕이 백제를 파트너로 간택해주었다는 것이 김현구 씨의 논리다. 
김현구 씨뿐만 아니라 해방 후에도 서울대학교 사학과를 들락거리면서 서울대 교수들을 출장지도 했다는 조선총독부 직속의 조선사편수회 간사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나 기토우 기요아키(鬼頭淸明)도 모두 야마토왜는 원래부터 군사강국이었다고 주장했다.

-철기생산 못 하는 군사강국?

문제는 일본은 6세기 중반까지 철기 생산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본 내에서도 빨라야 5세기 후반이 되어야 철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철기생산 능력이 없는 군사강국이란 희한한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역사학 방법론에서는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는 정상이 아니다. 철기생산 능력은 없지만 철제무기는 많았다는 것이다. 야마토왜는 어떻게 철기를 확보했을까? 김현구 씨나 일본 극우파들에게 이는 너무 쉬운 문제이다.

-백제에서 덩어리 쇠를 갖다 바쳤다고?

백제에서 덩어리 쇠인 철정(鐵鋌)을 갖다 바쳤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구 씨는 이렇게 서술했다.
「징구우(신공)황후 372년 기록에도 “구저 등 지꾸마노 나가히꼬(千熊長彦)를 따라가서 7지도 1구, 7자경(子鏡) 1면 및 여러 가지 보물을 바쳤다. 이에 아뢰기를 신의 나라 서쪽에 강이 있는데 곡나철산(谷那鐵山)에서 발원합니다.(……) 이 산의 철을 취해서 영원히 성조에 바치겠습니다”(52년조)라고 되어 있어 백제가 철을 가지고 왜를 유혹했음을 알 수 있다(『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166쪽)」
김현구 씨는 『일본서기』를 인용할 때 일부러 주어를 생략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 같은 사람이 그 속뜻을 설명해주었다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은 것이다. 윗글에서 칠지도 및 여러 보물을 바치면서 아뢰는 사람은 근초고왕이고, ‘신의 나라’는 ‘백제’다. 성조(聖朝), 즉 백제에서 조공을 바치는 성스런 조정은 야마토왜다. 신하인 근초고왕이 임금인 신공 왕후에게 덩어리 쇠인 철정을 갖다 바쳤기 때문에 야마토왜는 제철기술이 없어도 군사강국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냥 갖다 바친 것도 아니다. 김현구 씨의 말대로 “백제가 철을 가지고 왜를 유혹”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면서 갖다 바쳤다.

-아프리카의 세계 최강 군사강국

김현구 씨는 백제에서 철정을 지속적으로 갖다 바치겠다는 보증 수표로 왕족을 인질로 보냈다고도 썼다. 김현구 씨의 논리를 지금으로 치면 아프리카 어느 소국(아프리카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이 우라늄 추출 능력은 물론 로켓이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도 없지만 수많은 인공위성과 ICBM 수천기를 갖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강국이란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는 서로 다투어 그 나라에 핵원료를 제공하고, 인공위성과 ICBM 제조기술까지 제공하고, 부통령이나 대통령의 친족들을 보내 섬기면서 제발 군사지원을 해달라고 애걸했다는 것이다. 유치원생도 펼 수 없는 이런 수준으로 평생을 대학교수도 하고, 동북아역사재단 이사도 하고,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한겨레 21』로부터 훌륭한 역사학자라고 추앙받는 처지다. 대단한 학자고, 대단한 『한겨레 21』이다.

-교리가 된 식민사학 논리

매국 갱단사학자들이 ‘낙랑군=평양설’을 하나뿐인 교리로 신봉하는 것처럼 김현구 씨나 일본 극우파 역사학자들도 “야마토왜=원래 군사강국”을 신앙으로 숭배한다. 야마토왜는 무조건 군사강국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할 수 있고, 고구려·백제·신라가 동시에 조공을 바쳤다는 『일본서기』를 사실이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 더 떠서 『한겨레 21』 편집장 길윤형은 “임나일본부설 추종 학자 일본에도 없다”라고 일본 극우파들의 침략기도에 대한 한국민의 의구심을 무장해제시켜주려 애쓴다. 임나일본부설을 기술한 일본의 교과서 4종은 귀신이 써주었나? 『한겨레 21』의 특집 제목이 “이것이 진짜 고대사다”란다. “이것이 진짜 조선총독부판 고대사다”, 혹은 “이것이 진짜 일본 극우판 고대사다”, 혹은 “조선총독부는 영원히 우리를 지도하신다”라고 붙이면 명실이 상부하다. 
내친 김에 “이완용, 송병준은 실존인물이 아니었다”는 특집까지 마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