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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7년 10월 11일 - 훈민정음에 대한 생각(2) 등록일 2017.10.11 11:18
글쓴이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조회 731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글자

『세종실록』 25년(1443) 12월 30일자는 “주상이 직접 언문 28자를 만들었는데, 그 글자는 옛 전자(篆字)를 본떴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친 후에야 글자를 이루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글자 그대로 ‘바른 음〔正音〕’을 적는 글자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가장 큰 원칙은 지상의 모든 소리를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글자를 만드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에서, ‘비록 바람소리나 학의 울음소리, 닭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모두 쓸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표음문자?
우리는 한글날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표음문자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한글 맞춤법통일안의 틀에 갇힌 한글에 따르면 구분하지 못하는 소리가 너무 많다. 일단 영어의 ‘L과 R’, ‘P와 F’, ‘B와 V’, ‘G와 Z’, ‘E와 Y’를 구분해서 적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현행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 창제원칙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세종은 재위 28년(1446) 훈민정음 사용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을 간행했다. 이에 따르면 이런 모든 발음을 구분해서 적을 수 있다.

-병서 원칙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정음(正音)을 만드는데……단지 그 소리를 따라 그 이치를 다할 따름”이라고 소리를 따라 적으라고 말하고 있다. 해례본에는 몇 가지 표기원칙이 나오는데 그중 병서(竝書)의 원칙과 연서(連書)의 원칙만 적용해도 위의 영어발음들을 다 적을 수 있다. 병서(竝書)란 한마디로 초성(初聲)을 자유롭게 쓰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L과 R’, ‘G와 Z’ 등의 발음문제가 해결되는데, 예를 들어 L을 ‘ㄹ’로 적는다면 R은 ‘ㄹㄹ’, 또는 ‘ㅇㄹ’ 등으로 구분해서 적으라는 것이다. 세종이 만든 병서원칙에 따라 R과 L을 구분해 적고 발음을 연습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연서원칙

연서(連書) 원칙은 순음(脣音:입술소리) 밑에 ‘o’을 연서해 순경음(脣輕音)을 만들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P와 F’, ‘B와 V’ 등의 표기 및 발음문제도 해결된다. 순음 ‘ㅁ·ㅂ·ㅍ·ㅃ’ 아래 ‘ㅇ’을 연서해 ‘ㅱ·ㅸ·ㆄ·ㅹ’ 같은 순경음을 만들라는 것이 세종의 말이다. 예를 들어 V를 ‘ㅂ’로 쓰면 B는 ‘ㅸ’으로 적어 구분하라는 뜻이다. 세종은 우리 겨레에게 없는 발음이 다른 겨레에게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종이 훈민정음으로 한자음을 적는 운서(韻書)에 많은 공력을 들여 『동국정운(東國正韻)』을 만든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일본인들이 훼손시킨 표기원칙

역사뿐만 아니라 국어도 잘못된 원인을 찾다보면 조선총독부에 가 닿게 된다. 세종이 만든 이런 원칙은 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고쿠분(國分象太郞) 등의 일본인 학자들과 일부 한인 학자들이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諺文綴字法)’을 만들어 크게 훼손시켰다. 세종은 병서원칙에 따라 초성을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했는데, 언문철자법은 초성을 크게 제한해 많은 발음을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면서 ‘ㄹ’이 첫소리가 되지 못하게 하고 일부 모음 앞에서 ‘ㄴ’이 첫소리가 되지 못하게 하는 두음법칙(頭音法則) 따위를 채택하면서 또 다시 훼손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대부분 첫소리에 ‘ㄹ’과 ‘ㄴ’을 쓰고, 북한이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두음법칙 따위를 빨리 버려서 우리 선조들이 해 왔던 발음체계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 발음의 원형 찾기

일본인들이 왜곡한 한국사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처럼 일본인들과 일부 한국인 국어학자들이 왜곡시킨 한국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100여 년 간 가장 많이 퇴화한 언어가 한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종이 만기(萬機)를 친림하는 바쁜 와중에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는 ‘제 뜻을 펴지 못하는 15세기 조선 백성’을 위해서였다. 지금은 ‘제 발음을 펴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정신으로 돌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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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훈민정음 해례본